'이 일이 나에게 무슨 도움이 될까?' 일하는 사람에게 자주 찾아오는 의문입니다. 특히 일한 기간이나 경험이 많지 않을수록 더욱 그렇습니다.

일하는 사람들은 일명 '모래성 증후군'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정성스레 쌓아 올린 모래성이 예기치 않은 파도에 물거품이 되어버릴까봐 걱정하는 것이죠.

감각의 사후성


어느 날 책을 읽으며 그 이유에 대한 명쾌한 답을 발견했습니다. '일을 잘한다는 것'이란 책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옵니다.

프로이트의 개념으로 말하자면 '감각의 사후성' 때문입니다. 사후성이란 당시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것을 나중에 회상하며 새롭게 해석해 의미를 만들어내는 현상을 말합니다. 사전에는 목적과 수단의 인과관계를 명확히 알 수 없어요. 나중에서야 뒤돌아보고 예전에 어떤 일을 했고, 여러 가지 일이 있었기에 지금 나의 감각이나 행동양식이 형성된 거라는 걸 비로소 알게 되는 겁니다.

불확실성의 두려움


일을 하는 당시에는 지금의 노력이 원하는 결과를 가져다줄지 알 수 없습니다. Input은 명확한데 Output은 불확실한 것입니다. 노력에 비해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은 경험을 하거나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Input을 계속해서 줄입니다. 책에서도 그러한 경험 중 하나로 '독서'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독서도 사후성이 높은 행위입니다. 독서가 습관이 된 사람에게는 이만큼 가성비가 높은 지적 활동이 없지만 그 또한 사후에 비로소 알게 되는 겁니다. 책을 읽는 일 자체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은 독서의 효용을 체감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점점 더 책을 읽지 않게 되죠. 사후성의 딜레마에서 악순환이 생겨납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선 읽어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나의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작가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스스로를 스토리를 만드는 작가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한 편의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글의 재료가 될 소재와 글감을 모으고, 그것들을 취사선택하여 연결하고, 살을 붙이는 과정이 필수적입니다.

중요한 건 소재와 글감을 모으는 단계에는 이 이야기의 결말이 어떻게 될지 작가 자신도 모른다는 점이에요. 결말은 이야기를 써가는 과정에서 글의 분위기와 흐름, 작가의 의도에 따라 바뀝니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비로소 얼개가 맞아 들어가는 느낌이 들죠.

일도 마찬가지예요. 일을 하는 도중에는 그 끝을 알 수 없습니다. 다만 하는 일이 무엇이든지 간에 그것이 자신의 커리어라는 작품의 주요한 소재와 재료가 될 수 있습니다. 결과가 좋으면 좋은 대로, 안 좋으면 안 좋은 대로 작품을 구성하는 요소가 될 수 있으며, 이는 본인의 선택입니다.

스토리의 재료는 풍성할수록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