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경계를 넘어서면 이전의 세계로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사람이 있고, 두 세계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사람도 있다. 경계를 넘어선 사람만이 알 수 있다.

인생에서 경계를 넘어선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넘어서면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선택을 말하는 걸까. 아니면 이전의 경험과는 송두리째 다른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을 말하는 걸까. 지난 내 삶을 돌이켜보면 경계를 넘어선 것은 단 한 번이었다. 대기업에서 스타트업으로 이직. 경계를 넘어섰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이를 계기로 나의 사고와 행동, 생활의 패턴, 삶의 목표와 지향점이 전부 바뀌었기 때문이다.


2년 만에 만난 지인과의 대화를 통해,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내가 완전히 달라졌음을 알았다.

오래된 지인과 2년 만에 약속을 잡았다. 그는 다니던 회사를 관두고 여러 회사를 옮겨 다니다가 현재의 회사에 안착했다. 반면 나는 5년 넘게 회사를 관두지 못하다, 드디어 1년 반 전 퇴사를 했다. 그리고 스타트업으로 옮겼다.

2년 전 우리가 을지로에서 만났던 당시를 정확히 기억하진 못한다. 다이어리를 보니 18년 10월 경이었다. 나는 당시 다니던 회사에 대한 회의감으로 가득했다. 반면 본인이 원하는 길을 찾아 새로운 직무로 새 회사에 안착한 그는 평온해 보였다. 무슨 대화를 했는지 기억나진 않지만, 그 시절 내가 사람들과 하는 이야기는 보지 않아도 스토리가 그려지는 한국 주말 드라마처럼 뻔했다. 회사와 상사에 대한 불만, 미래에 대한 고민, 진로의 불투명함에 대해 답이 없는 이야기.

대화 내용은 기억이 안 나는데, 만남이 어떻게 끝났는지 그 때의 감정이 생각난다. 답답했고 불편했으며 점점 기분이 상했다. 내 이야기에 대한 그의 반응이 못마땅해서였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니 이미 여러 회사를 거쳐 방향을 틀어 새로운 분야에 도전한 그와, 당시의 나는 '경험의 체급'이 맞지 않았던 것이다.

그 후 나는 스타트업으로 옮겼고 짧은 시간이 무색할 만큼 압축적으로 좋은 경험을 쌓았다. 2년 만에 다시 만나 우리의 첫마디는 "야 하나도 안 변했다"라는 거였다. 외관상 우리는 똑같았다. 하지만 과거 그런 대화를 나누었던 사람들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2년 후 전혀 다른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의 눈빛과 반응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이 친구, 그동안 많이 변했구나'

그는 나의 이야기를 매우 흥미롭게 들었다. '그런 경험을 한 네가, 도전할 수 있는 용기가 부럽다'고 했다. 스타트업 세계에 발을 디디고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서비스를 운영했던 경험은 평범한 회사원이었더면 꿈꿀 수 없던 것들을 가능하게 했다. 일의 의미를 다층적으로 확장시켜 주었고 일을 대하는 태도, 결국은 삶을 살아가는 자세를 심어 주었다.